고용센터 창구에서 들은 한마디
경기도 김포의 물류센터에서 3년 반을 일한 서연 씨(가명)는 8월 초에 팀장에게 불려 갔습니다. 센터 두 곳을 하나로 합치면서 인원을 줄인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번 달까지만 나와 주면 좋겠다"는 말에 서연 씨는 며칠을 고민하다 받아들였습니다. 회사가 먼저 나가 달라고 한 것이니 실업급여는 당연히 나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9월 첫째 주, 서연 씨는 워크넷에 구직등록을 하고 거주지 관할 고용센터에 갔습니다. 담당자가 화면을 보더니 말했습니다.
> "이직확인서가 '11번,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로 들어와 있네요. 이 코드로는 수급자격이 안 됩니다."
서연 씨는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자기가 쓴 서류도 아니고, 본 적도 없는 서류였습니다.
이 서류는 회사가 씁니다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으려면 고용센터가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얼마나 오래 고용보험에 들어 있었는지, 왜 그만뒀는지, 이직 전에 임금을 얼마나 받았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를 한 장에 적어 내는 서류가 피보험자 이직확인서이고, 작성자는 근로자가 아니라 이직 전 회사(사업주)입니다.
고용보험법 제42조제3항은 실업을 신고하려는 사람이 이직 전 사업주에게 "피보험 단위기간, 이직 전 1일 소정근로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의 발급을 요청할 수 있고, 요청을 받은 사업주는 발급해 주어야 한다고 정합니다. 그 자료의 정식 서식이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별지 제75호의4서식]입니다.
회사는 이 서식을 고용보험 홈페이지(ei.go.kr)나 EDI로 고용센터에 바로 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근로자는 서류를 볼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서연 씨처럼 고용센터에 가서야 내용을 처음 알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4대보험 상실신고와는 다른 서류입니다. 상실신고는 근로복지공단에 자격을 정리하는 신고이고, 이직확인서는 고용센터가 실업급여를 심사하려고 보는 서류입니다. 둘 다 들어가야 합니다.
두 자리 숫자의 무게
서식 ①번 칸은 이직코드 및 이직사유입니다. 상실신고서에 적은 상실사유 구분코드와 같은 코드를 적고, 구체적 사유를 10자 이상 적게 되어 있습니다. 코드는 서식 뒤쪽에 있습니다.
| 구분 | 코드 | 내용 | 실업급여 |
|---|---|---|---|
| 자진퇴사 | 11 |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 | 원칙적으로 불가 |
| 12 | 사업장 이전, 근로조건 변동, 임금체불 등으로 자진퇴사 | 가능 | |
| 회사사정·귀책사유 | 22 | 폐업·도산(예정 포함), 공사 중단 | 가능 |
| 23 | 경영상 필요 또는 회사불황으로 인한 인원감축 등에 의한 퇴사(해고·권고사직 포함) | 가능 | |
| 26 | 근로자의 귀책사유에 의한 징계해고·권고사직 | 원칙적으로 불가 | |
| 정년·기간만료 | 31 | 정년 | 가능 |
| 32 | 계약기간 만료, 공사 종료 | 가능 | |
| 기타 | 41 | 고용보험 비적용 | — |
| 42 | 이중고용 | — |
서연 씨의 경우는 명백히 23번이었습니다. 회사가 인원을 줄이면서 나가 달라고 했고, 서연 씨가 받아들인 권고사직입니다. 그런데 인사 담당자는 사직서를 받았다는 이유로 상실신고와 이직확인서 모두에 11번을 넣었습니다. "본인이 사직서를 썼으니 자진퇴사"라는 흔한 착각입니다.
고용보험법 제40조제1항제3호는 이직사유가 수급자격 제한 사유(제58조)에 해당하지 않을 것을 수급요건으로 정합니다. 11번은 그 제한 사유의 대표입니다. 서연 씨가 3년 반 동안 고용보험료를 냈다는 사실과 무관하게, 이 두 자리 숫자 하나로 수급자격 심사가 멈춥니다.
회사가 답이 없을 때 — 발급요청서와 10일
서연 씨는 인사팀에 전화해 정정을 요청했습니다. 담당자는 "확인해 보겠다"고만 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습니다.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 둔 서식이 따로 있습니다. [별지 제75호의3서식] 이직확인서 발급요청서입니다. 시행규칙 제82조의2제1항에 따라 근로자가 이 요청서를 작성해 사업주에게 직접 또는 전자우편으로 제출하면, 사업주는 제출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이직확인서를 발급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요청서 아래쪽에는 절취선과 사업장 확인란이 있습니다. 사업주가 요청서를 받은 날과 받은 사람의 성명을 적어 절취해 돌려주는 부분입니다. 이 접수일이 10일의 출발점이니 반드시 받아 두어야 합니다. 서연 씨처럼 전자우편으로 보냈다면 확인란을 적어 회신받는 것도 서식이 허용합니다.
10일이 지나도 발급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같은 조 제3항은 이직확인서 없이 수급자격 인정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4항은 고용센터가 사업주에게 직접 제출을 요청할 수 있게 합니다. 이 요청을 받은 사업주도 10일 안에 제출해야 합니다(제5항). 즉 회사가 버틴다고 실업급여가 영영 막히는 구조는 아닙니다. 다만 그만큼 개시가 늦어집니다.
그리고 사업주 쪽에도 무게가 있습니다. 발급요청을 받고도 발급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발급하면 고용보험법 제118조제1항제2호·제3호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입니다. 서식 유의사항에는 한 줄이 더 있습니다. 거짓으로 작성해 준 이직확인서로 이직자가 실업급여를 부정하게 받으면 사업주도 연대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 "실업급여 받게 해 주려고" 코드를 바꿔 적는 것도, 사직서를 받았다고 무조건 11번을 넣는 것도 사업주에게 위험한 이유입니다.
정정된 서류에서 서연 씨가 처음 본 것들
발급요청서를 전자우편으로 보낸 지 나흘 만에 회사는 코드를 23번으로 고쳐 다시 제출했습니다. 서연 씨는 고용보험 홈페이지 '이직확인서 처리여부 조회'에서 바뀐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그제야 서류 전체를 처음 봤는데, 코드 말고도 숫자가 빼곡했습니다.
②~④ 피보험단위기간. 이직월부터 거꾸로 한 달씩 기간을 적고, 각 달에 "보수 지급의 기초가 된 날"을 세어 적는 칸입니다. 재직일수가 아닙니다. 유급휴일(주휴일)은 들어가고, 무급휴무일과 무급결근일은 빠집니다. 주 5일 사업장에서 토요일이 무급휴무일이면 한 달에 26일 안팎이 나옵니다. 이 합계가 ④통산피보험단위기간이고, 이직일 이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이어야 수급요건을 충족합니다(제40조제1항제1호). 그래서 서식은 180일이 되는 달까지만 적으라고 합니다. 통상 7~8개월입니다. ⑤~⑦ 평균임금 산정명세. 이직일을 포함해 3개월치 임금을 네 칸에 나눠 적습니다. 구직급여일액이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정해지니 여기가 급여 액수를 결정하는 칸입니다. 상여금과 연차수당은 최근 3개월 실제 지급액이 아니라 이직 전 12개월 총액에 3/12을 곱한 값을 적습니다. 12개월 미만 근무자는 지급액에 3을 곱하고 근무 개월로 나눕니다. ⑧ 1일 통상임금. "필요한 경우에만"이라고 적혀 있지만, 근무기간이 3개월 미만이면 반드시 적어야 합니다. 3개월치 임금이 없어 평균임금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⑩ 1일 소정근로시간. 1시간 이하부터 8시간 이상까지 여덟 칸 중 하나에 표시합니다. 실제 근무시간이 아니라 근로계약서로 정한 시간이고, 급여일액 계산의 기초입니다. 주 40시간 근로자를 4시간에 표시하면 급여액이 절반으로 계산됩니다. ⑫ 기준기간 연장. 이직 전 18개월 동안 질병·부상, 사업장 휴업,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30일 이상 계속 보수를 받지 못한 기간이 있으면 그만큼 18개월이 늘어납니다(최대 3년). 육아휴직 직후 퇴사한 경우 이 칸이 비어 있으면 180일 미달로 잘못 판정될 수 있습니다.서연 씨의 서류에서는 이직일이 하나 더 눈에 띄었습니다. 사직서에는 8월 31일로 적었는데 마지막 출근은 8월 29일 금요일이었고, 30·31일은 주말이었습니다. 서식의 이직일은 "근로제공 마지막 날"이니 29일이 맞습니다. 이 날짜가 ②와 ⑤의 기준점이라, 하루가 어긋나면 아래 칸 전부가 달라집니다.
사업주가 확인할 다섯 가지
서연 씨 회사 담당자가 처음부터 확인했어야 할 것들입니다.
- ①코드는 상실신고서와 같은가, 그리고 사실과 맞는가. 사직서를 받았다고 11번이 아닙니다. 회사가 먼저 나가 달라고 했으면 23번입니다.
- 이직일은 마지막 근무일인가. 사직서 날짜나 급여 마감일이 아닙니다.
- ③기초일수에 무급휴무일이 들어가지 않았는가. 달력 일수를 그대로 적으면 과다 산정입니다.
- ⑦상여금·연차수당은 12개월 총액 × 3/12인가. 3개월 실지급액이 아닙니다.
- ⑩소정근로시간은 계약서 기준인가.
발급요청서를 받았다면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접수일부터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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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씨의 수급자격은 정정 후 열흘 뒤에 인정됐습니다. 처음 고용센터에 간 날부터 세면 3주가 걸렸습니다. 서류 자체는 회사가 30분이면 고칠 분량이었습니다.
퇴사가 정해졌다면, 마지막 출근 전에 인사 담당자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세요. "이직확인서 코드 몇 번으로 넣으실 건가요?" 그 답이 실업급여의 첫 번째 관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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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직급여 수급자격 인정신청서 — 이직확인서가 처리된 뒤 근로자가 내는 다음 서류
- 👉 부당해고등의 구제 신청서 — 권고사직이 아니라 해고를 다투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