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사이에 벌어진 일
민수 씨(가명)는 2년을 모아 첫 집을 샀습니다. 경기도의 구축 아파트, 매매가 5억. 계약금 5천만원을 보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날, 그는 처음으로 '내 집'이라는 말을 입 밖에 내봤다고 합니다.
계약서에는 잔금일이 두 달 뒤로 적혀 있었습니다. 중도금 칸은 비어 있었습니다. 부동산에서 이렇게 말했기 때문입니다.
> "요즘은 중도금 잘 안 넣어요. 잔금 한 번에 치르시면 편합니다."
민수 씨도 그게 편했습니다. 대출 실행일을 잔금일에 맞추면 이자도 하루치 덜 나가니까요.
그 두 달 사이에 그 단지에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소식이 났습니다. 호가가 6억 5천까지 올랐습니다.
잔금일을 열흘 앞두고 매도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계약금 5천만원의 배액인 1억원을 돌려줄 테니 계약을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민수 씨는 변호사를 찾아갔습니다. 답은 짧았습니다.
> "중도금이 안 들어갔으면 매도인은 배액을 상환하고 해제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 제8조에 그렇게 쓰여 있고, 민법 제565조도 같습니다."
민수 씨는 5천만원을 벌었습니다. 그리고 1억 5천만원이 오른 집을 잃었습니다.
중도금 한 번이면 막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 글은 부동산매매계약서 한 장에서 돈이 걸린 칸이 어디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이 계약서는 어디서 온 것인가
여기서 다루는 서식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제공하는 「부동산매매계약서(일반)」 서식례입니다. 제1조 목적부터 제12조 관할법원까지 열두 개 조항으로 되어 있고, 부동산 매매에서 다툼이 생기는 지점이 거의 그대로 조항이 되어 있습니다.
부동산에서 내미는 계약서, 문구점에서 파는 양식, 인터넷에서 받은 파일 — 어느 것으로 써도 계약은 성립합니다. 매매계약은 말로만 해도 성립하는 낙성계약이니까요. 그런데도 조항이 갖춰진 서식을 권하는 이유는, 분쟁이 났을 때 "그건 안 정했는데요"가 가장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정하지 않은 것은 법이 대신 정해줍니다. 그리고 법이 정해주는 결론이 항상 내 편은 아닙니다. 민수 씨가 그랬습니다.
계약 전에: 등기부등본 한 장
계약서를 쓰기 전에 반드시 발급받아야 하는 것이 등기사항전부증명서(등기부등본)입니다. 인터넷등기소에서 700원이면 뗍니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 갑구의 소유자 —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과 같은 사람인가. 신분증으로 확인합니다. 대리인이라면 소유자 인감증명서가 붙은 위임장이 있어야 합니다.
- 갑구의 가압류·가처분·경매개시결정 — 하나라도 있으면 그 자리에서 멈춰야 합니다.
- 을구의 근저당권·전세권·임차권등기 — 채권최고액이 얼마인지, 잔금일까지 말소가 가능한지.
그리고 하나 더. 계약 당일 아침에 다시 한 번 발급받으세요. 어제 깨끗했던 등기부가 오늘 다를 수 있습니다.
부동산의 표시 — 등기부를 베껴 쓰는 칸
계약서 첫 표는 소재지, 토지(지목·면적), 건물(구조 및 용도·면적)입니다.
이 칸은 창작하는 칸이 아니라 베껴 쓰는 칸입니다. 등기부 표제부에 적힌 그대로 옮깁니다.
| 흔한 실수 | 왜 문제인가 |
|---|---|
| 도로명주소로 적음 | 등기부는 지번 표시입니다. 등기 신청 시 보정 대상 |
| 아파트 동·호수 누락 | 어느 집을 샀는지 특정이 안 됩니다 |
| 평수만 적고 ㎡ 생략 | 등기부는 ㎡ 기준. 면적 불일치로 보정 |
| 대지권 비율 누락 | 집합건물은 대지권까지 함께 이전됩니다 |
아파트라면 전유부분 면적과 대지권 비율까지 적어야 합니다. 등기부 표제부에 다 나와 있습니다.
제2조 매매대금 —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칸
계약금 / 중도금 / 잔금, 세 줄입니다. 민수 씨가 비워둔 그 가운데 줄이 여기 있습니다.
계약금은 '해약금'이기도 합니다
민법 제565조는 이렇게 정합니다.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는,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인은 그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계약서 제8조 제1항이 그대로 이 내용입니다.
> 위 제2조의 중도금 지급(중도금약정이 없을 때에는 잔금)전까지 을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갑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즉 계약금만 오간 상태의 계약은, 매도인 입장에서 계약금만큼의 위약금을 내면 언제든 깰 수 있는 계약입니다. 집값이 계약금보다 더 오르면 깨는 쪽이 이득입니다. 민수 씨의 매도인은 정확히 그 계산을 했습니다.
중도금은 계약을 잠그는 자물쇠입니다
중도금이 지급되면 그때부터는 '이행에 착수'한 것이 되어, 배액상환에 의한 해제가 불가능해집니다. 매도인이 마음을 바꿔도 이제는 계약대로 소유권을 넘겨야 합니다.
여기서 실무의 요령이 하나 있습니다.
- 중도금은 금액이 크지 않아도 됩니다. 500만원, 1,000만원도 중도금입니다.
- 중도금 날짜를 가깝게 잡을수록 계약이 빨리 잠깁니다.
- 매도인이 중도금 수령을 거절하면, 공탁을 통해 이행 착수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집값이 오르는 국면에서 매수인이라면 중도금을 넣는 편이, 내리는 국면에서 매수인이라면 중도금 없이 여지를 남기는 편이 유리합니다. 중도금 칸을 비울지 채울지는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입니다.
금액은 한글과 숫자를 함께
`금 오억원整 (₩500,000,000)` 형태로 적습니다. 숫자만 적으면 위·변조 여지가 생깁니다. 그리고 계약금 + 중도금 + 잔금 = 총액이 반드시 맞아야 합니다.
> ⚠️ 실제 거래금액과 다르게 적는 업·다운계약서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취득세의 3배 이하 과태료 대상이며,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감면도 배제됩니다. "세금 좀 줄여드릴게요"라는 제안은 거절하는 것이 맞습니다.
제3조·제4조 — 잔금일에 동시에 일어나야 하는 일들
제3조는 잔금 지급과 동시에 매도인이 소유권이전 서류를 넘기도록 정합니다. 제4조는 인도 전까지 저당권·질권·전세권·지상권·임차권 등 소유권 행사를 제한하는 일체의 권리를 말소하도록 정합니다.
이 두 조항이 잔금일 하루에 압축됩니다. 순서가 어긋나면 사고가 납니다.
잔금일 진행 순서는 이렇습니다.
- 아침에 등기부 재발급 — 어제 없던 가압류가 붙었을 수 있습니다
- 매도인의 대출 잔액 확인 → 은행 직원 또는 법무사 입회 하에 잔금 일부로 직접 상환
- 근저당권 말소등기 신청서 접수 확인
- 나머지 잔금 지급
- 등기권리증·인감증명서·주민등록초본 등 등기서류 수령
- 같은 날 소유권이전등기 접수
제8조·제9조 — 계약이 깨질 때
제8조 제2항은 상대가 이행을 게을리할 때 1주간의 유예기간을 정해 최고하고, 그래도 이행하지 않으면 해제할 수 있게 합니다.
제9조는 위약금입니다. 매도인이 어기면 계약금의 2배를 주고, 매수인이 어기면 계약금은 매도인에게 귀속됩니다.
여기서 자주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 해약금 해제 (제8조 ①) | 채무불이행 해제 (제8조 ②) | |
|---|---|---|
| 언제 | 중도금 지급 전까지 | 상대가 이행하지 않을 때 언제든 |
| 이유 | 이유 불문 | 상대의 잘못이 필요 |
| 절차 | 그냥 하면 됨 | 1주 유예 최고가 필요 |
| 돈 | 계약금 포기 / 배액상환 | 위약금 + 손해배상 청구 가능 |
민수 씨의 경우는 왼쪽입니다. 매도인에게 아무 잘못이 없어도 되는, 이유를 묻지 않는 해제였습니다.
제10조·제11조 — 비용과 공과금은 누가
제10조: 매도증서 작성비용은 매도인,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등록세 등은 매수인이 부담합니다. 실무에서 취득세·등기수수료·법무사 보수는 매수인 몫, 양도소득세는 매도인 몫입니다.
제11조: 재산세·관리비 같은 공과금과 임대수익은 인도일 전날까지는 매도인, 그 이후는 매수인입니다.
재산세는 매년 6월 1일 소유자에게 1년치가 부과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5월 말에 잔금을 치르면 그해 재산세는 매수인이 냅니다. 6월 초에 치르면 매도인이 냅니다. 잔금일을 며칠 옮기는 것만으로 수십만원이 갈립니다. 다툼이 잦은 부분이라 특약에 정산 기준일을 명시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특약사항 — 서식에 없지만 반드시 적어야 할 것들
열두 개 조항은 일반론입니다. 내 계약의 사정은 특약으로 적습니다. 자주 쓰이는 것들입니다.
- 잔금일까지 근저당권 말소를 완료하고, 미이행 시 잔금에서 공제한다
- 현재 임차인은 잔금일까지 명도를 완료한다 (전세 끼고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 관리비·공과금은 잔금일 기준으로 정산한다
- 보일러·누수 등 잔금일 이전에 발견된 하자는 매도인이 수리한다
- 매도인의 국세·지방세 체납이 없음을 확인하며, 체납이 있으면 잔금에서 공제한다
- 매수인의 주택담보대출이 부결될 경우 계약금을 반환하고 계약을 해제한다
마지막 항목은 대출을 끼고 사는 매수인에게 특히 중요합니다. 이 문장이 없으면 대출이 안 나와도 계약금을 잃습니다.
계약서를 쓴 다음 — 날짜 세 개
| 기한 | 무엇을 | 어디에 | 근거 |
|---|---|---|---|
| 계약일부터 30일 | 부동산거래(실거래) 신고 | 부동산 소재지 시·군·구청 |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
| 잔금일부터 60일 | 취득세 신고·납부 | 시·군·구청 세무과 | 지방세법 제20조 |
| 취득세 납부 후 |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 관할 등기소 | 부동산등기법 |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했다면 실거래 신고는 중개사가 합니다. 직거래라면 당사자가 직접 해야 하고, 이걸 놓쳐서 과태료를 무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문장. 등기까지 마쳐야 소유권이 넘어옵니다. 잔금을 다 치렀어도 등기 전이라면 법적으로는 아직 매도인의 집입니다. 잔금일에 등기 접수까지 같은 날 끝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관련해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서 작성법도 함께 보시면 셀프등기까지 이어집니다.
자주 묻는 것들
Q. 가계약금만 보냈는데 계약이 성립된 건가요?목적물과 대금이 특정되고 당사자가 합의했다면 가계약금이라도 계약이 성립했다고 본 판례들이 있습니다. "일단 넣어두세요"라는 말에 송금하기 전에, 문자로라도 매매대금·잔금일·해제 조건을 남겨두세요.
Q. 중도금을 매도인이 안 받으면요?수령을 거절하면 변제공탁을 할 수 있습니다. 공탁하면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인정받아 배액상환 해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Q. 계약서를 잃어버렸습니다.2통을 작성해 각자 1통씩 보관하도록 되어 있으니 상대방 것을 복사하면 됩니다. 실거래 신고를 했다면 신고필증으로도 계약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검인은 꼭 받아야 하나요?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하려면 시·군·구청의 검인을 받은 계약서가 필요합니다(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제3조). 다만 실거래 신고를 마치고 신고필증을 받았다면 검인을 받은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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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 씨는 지금 다시 집을 보러 다닙니다. 그때 그 단지는 이제 7억을 넘겼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중도금 천만원이 아까웠던 게 아니에요. 그냥 그런 게 있는 줄을 몰랐어요."
계약서의 조항은 읽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골라서 쓰라고 있는 것입니다. 부동산매매계약서 작성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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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률서식 「부동산매매계약서(일반)」 원본과 민법·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지방세법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개별 사안의 법률 판단은 변호사·법률구조공단(국번 없이 132)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