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잔금일이 지나도 계약이 저절로 해제되지는 않습니다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약속한 잔금일에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서 계약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계약은 그대로 살아 있고, 매수인이 이행지체 상태에 빠진 것뿐입니다.
해제하려면 「민법」 제544조가 정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
정리하면 두 단계입니다.
1. 최고(催告) — '언제까지 잔금을 지급하라'고 상당한 기간을 정해 요구합니다.
2. 해제 — 그 기간이 지나도 이행이 없으면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전합니다.
단서에 따라 매수인이 "돈이 없어 못 산다"처럼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힌 경우에는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의사표시가 있었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기기 쉬우니, 실무에서는 최고를 거치는 쪽이 안전합니다.
② 최고는 내용증명으로 남기세요
최고를 구두나 문자로 해도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언제 어떤 내용으로 요구했는지'를 증명해야 할 때 곤란해집니다. 내용증명 우편은 그 내용과 발송 시점을 우체국이 증명해 주므로, 최고와 해제 통지 모두 내용증명으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고서에 들어갈 내용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 계약 일자·목적 부동산·매매대금과 이미 받은 금액
- 미지급 잔금 액수와 원래의 지급 기일
- 언제까지 지급하라는 기한(상당한 기간)
- 그 기한까지 지급이 없으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뜻
'상당한 기간'이 며칠인지는 법에 숫자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금액과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지나치게 짧게 잡으면 최고로서 부족하다는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③ 계약금만 포기하고 빠지는 것은 '이행 착수 전'까지만 가능합니다
계약금을 주고받은 뒤 마음이 바뀌었을 때 쓰는 조항은 따로 있습니다.
> 제565조(해약금) ①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인은 그 두 배를 돌려주고 빠질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라는 시간 제한입니다.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이행이 시작된 뒤에는 이 방법을 쓸 수 없습니다. 잔금이 문제가 된 단계라면 이미 이행에 착수한 경우가 많아, 제565조가 아니라 제544조 쪽으로 가게 됩니다.
또 제565조제2항은 제551조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여, 해약금으로 해제한 경우에는 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④ 해제하면 받은 돈은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합니다
> 제548조(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①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② 전항의 경우에 반환할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하여야 한다.
계약이 해제되면 매도인은 받은 계약금·중도금을 이자를 붙여 반환해야 합니다. 그리고 「민법」 제551조는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하여, 해제와 별개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열어 둡니다.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의 근거는 제390조입니다.
다만 계약서에 위약금 약정이 있다면 그것이 먼저 적용됩니다. 부동산매매계약서에는 보통 '매수인이 위약한 때에는 계약금을 몰취하고, 매도인이 위약한 때에는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들어갑니다. 실제로 얼마를 주고받게 되는지는 계약서 문구에 따라 달라지므로, 계약서를 먼저 꺼내 읽어 보셔야 합니다.
⑤ 반대로 매수인 입장이라면 — 잔금을 받지 않는 경우
매도인이 등기서류를 준비하지 않거나 잔금 수령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매에서 잔금 지급과 소유권이전등기 서류 교부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는 것이 보통이라, 어느 한쪽만 이행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때는 잔금을 준비해 이행을 제공한 사실을 남겨 두는 것(이행제공)과 공탁 등의 방법을 검토하게 되는데, 절차가 까다로워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⑥ 서식과 상담
매매 조건·위약금·특약을 어떻게 적어 두느냐에 따라 이런 상황에서의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계약서 항목별 작성 안내는 부동산매매계약서에 정리해 두었고, 최고와 해제 통지를 보낼 때 쓰는 서식은 내용증명에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여기 적은 내용은 「민법」 조문을 원문 그대로 확인해 정리한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실제 사안에서 해제가 적법한지, 위약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는 계약서 문구, 이행 착수 여부, 당사자가 주고받은 연락 내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해제 통지를 보내기 전에 반드시 변호사나 법무사와 상담하시고, 금액이 크거나 상대방이 다툴 기색이 있다면 통지문 작성 단계부터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