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신청했고, 6월에 나왔습니다
민재 씨(가명)는 6월 초에 여권을 신청했습니다. 10년 만의 재발급이었습니다. 가을에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올 여행 때문에 미리 해 두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접수는 1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진 한 장, 신분증, 수수료. 담당자가 "8일쯤 뒤에 오시면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행 계획이 미뤄졌습니다. 아버지 건강검진 결과가 애매하게 나왔고, 가을은 다음으로 밀렸습니다. 여권은 어차피 10년짜리니 급할 게 없었습니다.
12월에 찾으러 갔습니다. 창구에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이 여권은 효력이 상실됐습니다. 다시 신청하셔야 해요."
수수료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신청서 뒤쪽에 이미 적혀 있던 문장
민재 씨가 놓친 건 서식 뒤쪽 유의사항 12번이었습니다. 이 한 문장입니다.
> 발급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찾아가지 않는 여권은 「여권법」에 따라 효력이 상실되며 발급 수수료도 반환되지 않습니다.
여권은 만들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찾아가는 것까지가 신청입니다.
6개월이라는 기간은 생각보다 쉽게 지나갑니다. 여행이 미뤄지거나, 일이 바빠지거나, "언제든 찾으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달력이 넘어갑니다. 그리고 그 여권은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다시입니다.
우편배송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칸이 여권발급신청서 선택 기재란에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직접 찾으러 갈 자신이 없다면, 접수할 때 우편배송을 '희망'으로 표시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 전에, 사진에서 먼저 걸립니다
이 서식에서 되돌아오는 일이 가장 많은 곳은 글씨 칸이 아니라 사진입니다. 규격이 서식 사진란에 그대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 신청일 전 6개월 이내 촬영한 천연색 상반신 정면 사진
- 흰색 바탕의 무배경 사진
- 색안경과 모자 착용 금지
- 가로 3.5cm × 세로 4.5cm
- 머리(정수리부터 턱까지) 길이 3.2cm~3.6cm
서식에도 "여권용 사진 기준에 맞지 않는 사진에 대해서는 보완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창구에서 되돌아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자주 걸리는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배경입니다. 회사 증명사진이나 예전에 찍어 둔 사진은 배경에 옅은 회색 그라데이션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권 사진은 무배경이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머리 길이입니다. 일반 증명사진은 얼굴을 작게 잡는 경우가 많아 3.2cm에 못 미치는 일이 흔합니다.
사진관에 "여권용"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찍으세요. 일반 증명사진과 규격이 다릅니다.
표시를 안 하면, 알아서 정해집니다
맨 위 여권 선택란은 세 칸입니다. 여권 종류, 여권 면수, 여권 기간.
여기서 서식이 직접 알려 주는 문장이 있습니다.
> 표시가 없으면 일반여권의 경우 10년 유효기간의 58면 여권이 발급되며, 자세한 사항은 접수 담당자의 안내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즉 비워 두면 10년 · 58면으로 처리됩니다. 대부분에게는 무난한 선택이지만, 26면을 원했다면 표시를 빠뜨린 순간 원하지 않은 여권이 나옵니다. 면수는 사증(비자)과 출입국 도장이 찍히는 속지 수이고, 면이 부족해지면 유효기간이 남아 있어도 새로 발급받아야 합니다. 출입국이 잦다면 58면이 유리합니다.
단수여권(1년)과 여행증명서는 성격이 다릅니다. 단수여권으로는 발급지 기준 1회만 출·입국할 수 있고, 여행증명서는 표기된 나라만 갈 수 있습니다.
로마자성명은 한 번 정하면 끝이라고 보세요
추가 기재란의 로마자성명은 여권을 처음 신청하거나 기존 표기를 변경하는 경우에만 적는 칸입니다. 그런데 이 칸이 이 서식에서 가장 되돌리기 어려운 곳입니다.
서식 뒤쪽 '로마자성명 기재 유의사항'은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 로마자성명은 해외에서 신원확인의 기준이 되며, 「여권법 시행령」에 따라 정정 또는 변경이 엄격히 제한되므로 신중하고 정확하게 기재해야 합니다.
-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된 한글성명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고시한 표기 방법에 따라 음절 단위로 음역해 표기하고, 이름은 각 음절을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쓸 수 있습니다.
- 여권을 처음 발급받는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미 여권을 사용 중인 가족(예: 아버지)의 로마자 성과 일치시키기를 권장합니다.
- 재발급을 받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표기되며, 시행령 제3조의2제2항에 규정된 사유에 한정하여 예외적으로 정정 또는 변경할 수 있습니다.
3번이 특히 실질적입니다. 같은 집안인데 여권상 성 표기가 KIM과 GIM으로 갈리면, 해외에서 가족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마다 설명이 필요해집니다. 아이 여권을 처음 만든다면 부모 여권을 먼저 꺼내 보고 맞추세요.
새 여권이 나오면 번호가 바뀝니다
유의사항 4번도 실무에서 자주 사고가 납니다.
>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여권이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기존 여권을 반드시 반납해야 합니다. 새로운 여권이 발급되면 여권번호는 바뀝니다.
여권번호가 바뀐다는 건, 그 번호로 받아 둔 것들이 어긋난다는 뜻입니다. 이미 받아 놓은 비자, 미국 ESTA 같은 사전입국허가, 여권번호를 입력해 둔 항공권 예약이 모두 여기 해당합니다. 출국 일정이 가까운데 여권을 새로 만든다면, 이 순서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나머지 칸들
- 긴급연락처는 반드시 다른 사람의 연락처입니다. 서식에도 "긴급연락처는 다른 사람의 연락처를 기재하십시오(해외여행 중 사고발생시 지원을 위하여 필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본인 번호를 한 번 더 적으면 이 칸의 의미가 없습니다.
- 본인연락처와 긴급연락처 전화번호는 하이픈(-) 없이 숫자만 적습니다. 본인 연락처는 여권 유효기간 만료 알림서비스에 쓰입니다. 다만 국내 휴대전화가 아니면 알림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 선택 기재란의 배우자 로마자 성은 기재하면 여권에 'spouse of 배우자의 로마자 성' 형태로 표기됩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비워 두는 쪽이 단순합니다. 점자여권은 시각장애인인 경우에만 표시합니다.
- 18세 미만은 법정대리인 동의서 또는 보호자 동의서를 내야 하고, 유효기간 5년 이하의 여권만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 신청서는 기계로 읽습니다. 접거나 찢지 마세요. 온라인으로 내려받아 쓸 때는 반드시 컬러로 인쇄하고, 서명은 검은색 펜으로 합니다.
정리하면
| 놓치기 쉬운 곳 | 결과 |
|---|---|
| 사진 규격 (6개월·무배경·머리 3.2~3.6cm) | 창구에서 보완 요구 |
| 여권 선택란 미표시 | 10년·58면으로 자동 발급 |
| 로마자성명 | 나중에 변경이 거의 불가능 |
| 기존 여권 미반납 | 접수 단계에서 되돌아감 |
| 새 여권 = 새 번호 | 비자·ESTA·항공권과 불일치 |
| 6개월 미수령 | 효력 상실 + 수수료 미반환 |
민재 씨는 12월에 다시 신청했습니다. 사진도 6개월이 지나 새로 찍어야 했습니다. 이번에는 우편배송을 '희망'으로 표시했습니다.
여권발급신청서 페이지에서 항목별 작성 가이드와 함께 여권법 시행규칙 공식 원본(PDF·HWP)을 무료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뒤쪽 유의사항 14개와 로마자성명 기재 유의사항까지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