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오후 2시 30분
경기도 화성의 한 사출 공장. 근속 3년 차 김 씨(가명)가 2호기 금형을 점검하던 중이었습니다. 옆 라인 동료가 김 씨를 보지 못하고 조작 스위치를 눌렀고, 금형이 닫히며 오른손 검지와 중지가 끼였습니다. 골절이었고, 진단은 6주.
공장은 그날 저녁 바빴습니다. 병원 응급실, 가족 연락, 라인 정지. 대표는 김 씨 가족에게 "치료비는 전액 회사가 부담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산재로 처리하면 보험료율이 오르고 관공서에서 나온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김 씨 가족도 회사가 알아서 해 준다니 받아들였습니다.
이렇게 사고는 '해결'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 달 반 뒤, 회사에 과태료 통지가 왔습니다.두 서류가 완전히 다른 서류입니다
여기서 많은 사업장이 똑같이 걸립니다. 산재와 관련해 나오는 서류가 두 장인데, 이름이 비슷해서 하나만 처리하면 끝나는 줄 압니다.
| 요양급여신청서 | 산업재해조사표 | |
|---|---|---|
| 누가 내나 | 다친 근로자 | 사업주 |
| 어디에 내나 | 근로복지공단 |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지청) |
| 왜 내나 | 치료비·휴업급여를 받으려고 | 재해가 났다는 사실을 보고하려고 |
| 근거 법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 산업안전보건법 제57조제3항 |
| 안 내면 | 급여를 못 받음 | 과태료 |
그래서 이런 문장이 성립합니다.
> 산재로 처리하지 않아도, 산업재해조사표는 내야 합니다.
앞의 김 씨 사례처럼 회사가 치료비를 부담하는 이른바 '공상 처리'를 하더라도 보고 의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오히려 산재 신청 기록이 없는 상태에서 조사표까지 없으면, 나중에 사실이 드러났을 때 '보고 누락'이 아니라 '재해 은폐'로 볼 여지가 생깁니다. 과태료 수준이 달라지는 지점입니다.
우리 사고도 대상인가 — 기준은 "3일"
모든 사고를 보고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73조제1항이 정한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한 경우
'3일 이상 휴업'은 재해가 난 당일을 빼고, 결근 등으로 회사에 출근하지 못한 날이 3일 이상인 경우를 말합니다. 병원에 두어 시간 다녀오고 그날 오후에 정상 근무했다면 대상이 아닙니다. 반대로 손가락 골절로 6주 진단을 받았다면 명백한 대상입니다.
며칠을 쉴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까요. 서식 ⑰번은 '휴업예상일수'입니다. 의사의 진단 소견을 참고해 추정해서 적으면 됩니다.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칸이 아닙니다.
> ⚠️ 사망·중대재해는 조사표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4조제2항에 따라 지체 없이 전화·팩스 등으로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별도 보고를 해야 합니다. 조사표를 한 달 안에 냈다고 이 의무가 없어지지 않습니다.
진짜 함정은 날짜입니다
앞의 회사가 과태료를 받은 이유는 서류를 안 써서가 아닙니다. 늦게 냈기 때문입니다.
제출 기한은 재해가 발생한 날부터 1개월 이내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짚어야 합니다.
첫째, '알게 된 날'이 아니라 '발생한 날'입니다. 대표가 출장 중이어서 며칠 뒤에 보고받았더라도 기산점은 사고 당일입니다. 둘째, 산재 승인 여부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사고가 여기서 납니다. "산재 신청을 넣었으니 결과 나오면 그때 정리하자"고 기다리다가 한 달이 지나갑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승인 절차와 고용노동부의 보고 의무는 서로 다른 법에 근거한 별개의 트랙입니다. 한쪽을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미제출·지연 제출은 과태료 대상이고, 은폐하거나 거짓으로 적은 경우에는 최대 1,500만원까지 부과될 수 있습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175조).
휴업일수가 확정되지 않았어도, 산재 결과가 안 나왔어도, 일단 기한 안에 먼저 냅니다. 사실이 달라지면 그때 정정하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서식에서 실제로 시간이 걸리는 칸
원본은 앞쪽 한 장, 뒤쪽은 작성방법 안내면입니다. 앞쪽은 네 덩어리입니다.
Ⅰ. 사업장 정보 (①~⑨) — ①산재관리번호는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그 가입번호를, 미가입이면 사업자등록번호를 적습니다. ④업종과 ⑪직업은 한국표준산업분류·표준직업분류의 세세분류(5자리)를 요구합니다. 모르면 주요 생산품이나 실제 업무내용을 적으라고 서식에 안내되어 있습니다. '제조업', '생산직'처럼 대분류로만 적으면 보완 요구가 옵니다. Ⅱ. 재해자 정보 (⑩~⑰) — 조용히 자주 틀리는 칸이 ⑫같은 종류업무 근속기간입니다. 현재 회사 근속기간이 아닙니다. 과거 다른 회사에서의 동일·유사 업무 경력까지 합산해서 적습니다. 3년 차 김 씨가 이전 공장에서 같은 사출 업무를 3년 더 했다면 6년입니다. 숙련도와 재해의 관계를 보는 통계 칸이기 때문입니다.그리고 같은 사고로 두 명이 다쳤다면 재해자별로 각각 작성합니다. 한 장에 몰아 적는 칸이 아니고, 두 명 이상이면 별지에 추가합니다.
Ⅲ. 재해 발생 개요 및 원인 (⑱~⑲) — 여기가 이 서식의 본체이고, 보완 요구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입니다. ⑱은 네 칸으로 나뉩니다.- 발생일시 (년·월·일·요일·24시 기준 시·분)
- 발생장소 (공정까지)
- 재해관련 작업유형 (누가 어떤 기계·설비로 무슨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
- 재해발생 당시 상황 (설비·작업환경의 불안전한 상태와,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
서식 뒤쪽에 정부가 제시한 작성예시가 실려 있는데, 수준이 이렇습니다.
> 발생장소 사출성형부 플라스틱 용기 생산 1팀 사출공정에서
> 재해관련 작업유형 재해자 OOO가 사출성형기 2호기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꺼낸 후 금형을 점검하던 중
> 재해발생 당시 상황 재해자가 점검중임을 모르던 동료 근로자 OOO가 사출성형기 조작 스위치를 가동하여 금형 사이에 재해자가 끼여 사망하였음
"작업 중 손가락 부상" 한 줄로는 반드시 되돌아옵니다.
⑲재해발생원인은 네 갈래로 나눠 적으라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인적 요인(무의식 행동, 착오, 피로, 커뮤니케이션), 설비적 요인(설계 결함, 방호장치 불량, 점검·정비 부족), 작업·환경적 요인(작업방법·자세·환경), 관리적 요인(관리조직 결함, 매뉴얼 불비, 안전교육·지도감독 부족).
Ⅳ. 재발방지계획 (⑳) — "19. 재해발생 원인을 토대로" 적으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⑲와 ⑳은 짝이 맞아야 합니다. 원인에 '안전문 연동장치(인터록) 미작동'을 적었으면, 대책에는 그 인터록을 언제까지 어떻게 조치하는지가 나와야 합니다. '안전교육 강화'만 적힌 계획은 원인과 연결되지 않아 보완 대상입니다.마지막 한 칸 — 근로자대표 서명
작성이 끝나면 사업주 서명을 하고 끝내기 쉬운데, 그 아래 칸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근로자대표(재해자) 서명입니다.
시행규칙 제73조제2항은 조사표를 작성할 때 근로자대표의 확인을 받도록 하고, 근로자대표가 없으면 재해자 본인의 확인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해 경위를 사업주 혼자 정리해서 보내는 서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서명이 빠지면 확인을 다시 받아야 합니다.
그 위에 있는 체크칸 두 개는 선택입니다.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기술지원 서비스 즉시 요청 — 재발방지계획 이행을 위한 안전보건교육·기술지도를 무료로 받는 칸입니다. 어차피 무료이니 체크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 재해자 개인정보 활용 동의 — 근로복지공단이 재해자에게 산재보험급여 신청방법을 안내해 주기 위한 칸입니다. 이건 재해자 본인의 동의 칸이므로 사업주가 임의로 표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서식 맨 아래 '재해 분류 기입란(발생형태·기인물·작업지역·공정·작업내용)'은 사업장에서 적지 않습니다. 접수번호·접수일자 등 어두운 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에 내나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지청)에 방문·우편·팩스로 내거나, 고용노동부 전자민원(민원마당)에서 온라인으로 제출합니다. 서식 하단 처리절차는 작성 → 접수 → 확인·검토(산업안전·보건업무 담당부서) → 결재 순이고, 처리기간은 14일입니다.
제출 후 재해 원인 조사나 안전보건 감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게 부담스러워 보고를 미루는 사업장이 있는데, 순서가 반대입니다. 조사를 피하려다 은폐가 되면 그때는 과태료 액수 자체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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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의 공장은 결국 사고 발생 45일 뒤에 조사표를 냈습니다. 서류 자체는 두 시간이면 쓸 분량이었습니다. 놓친 건 서류가 아니라 달력이었습니다.
사고가 났다면, 산재 처리 방향을 정하기 전에 먼저 달력에 한 달 뒤 날짜부터 표시해 두세요.
- 👉 산업재해조사표 작성하기 — 항목별 작성 가이드와 원본 PDF·HWP 다운로드
- 👉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신청서 — 다친 근로자가 치료비를 받기 위해 내는 서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