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부산에 사는 현우 씨(가명)의 아버지는 7월 말에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는 사흘 만에 치렀고, 화장을 하고 봉안당에 모셨습니다. 삼우제를 지내고, 정신을 차려 보니 8월 중순이었습니다.
사망신고는 그때 했습니다. 병원에서 받은 사망진단서를 들고 주민센터에 갔고, 십 분 만에 끝났습니다. 과태료도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을 안 날부터 한 달이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10월 말, 낯선 곳에서 우편물이 왔습니다. 아버지 이름으로 된 카드 대금 독촉장이었습니다. 금액이 적지 않았습니다. 현우 씨는 그제야 아버지의 빚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법률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 "상속포기 기한이 이미 지났습니다. 사망신고를 언제 하셨는지는 관계가 없어요."
현우 씨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망신고를 8월에 했으니 거기서부터 세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사망신고서 뒷면에 이미 적혀 있는 문장
대법원 가족관계등록 [양식 제19호] 사망신고서 원본 뒷면에는 「재산상속의 한정승인 및 상속포기에 대한 안내」가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제목 바로 아래 첫 줄이 이렇습니다.
> 이 안내는 사망신고와는 관계가 없는 내용입니다.
안내를 실어 두면서 굳이 "관계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두 절차의 시계가 서로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 사망신고 | 상속 승인·포기 | |
|---|---|---|
| 근거 |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84조제1항 | 민법 제1019조제1항 |
| 기간 | 1개월 | 3개월 |
| 기산점 | 신고의무자가 사망의 사실을 안 날 | 상속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 |
| 어디에 | 시(구)·읍·면 사무소 | 가정법원 |
| 늦으면 | 5만원 이하 과태료 | 단순승인으로 확정 (빚도 함께 상속) |
민법 제997조는 "상속은 사망으로 인하여 개시된다"고 정합니다. 즉 상속개시일은 사망일입니다. 사망신고를 한 날이 아닙니다. 사망신고를 늦게 했다고 상속포기 기한이 뒤로 밀리지 않고, 서둘러 했다고 3개월이 줄지도 않습니다. 두 개의 시계는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도 각자 돌고 있습니다.
현우 씨의 경우, 7월 말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을 알았으므로 10월 말이면 3개월이 다 찬 시점이었습니다. 사망신고를 8월에 한 것과는 무관하게요.
다만 길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닙니다. 민법 제1019조제3항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3개월 안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게 열어 두었습니다. 이른바 특별한정승인입니다. 현우 씨는 이 조항으로 상담을 이어갔습니다. 다만 '중대한 과실이 없었는지'를 다투게 되는 절차라 처음부터 3개월 안에 판단하는 것과는 난이도가 다릅니다.
그래서 사망신고 하러 갈 때 같이 해야 하는 것
이 사고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사망신고를 하러 간 자리에서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함께 신청하는 것입니다.
사망자의 금융거래 내역, 토지·자동차 소유 내역, 국세·지방세 체납, 연금 가입 여부를 한 번에 조회 신청하는 제도입니다. 사망신고와 동시에 신청할 수 있고,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순서입니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지 말지는 재산과 빚의 규모를 알아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조회 결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3개월 시계를 생각하면 사망신고 시점에 함께 걸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현우 씨가 8월에 사망신고를 하면서 이걸 같이 신청했다면 9월 안에 카드 대금을 알았을 겁니다.
사망신고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 다만 틀리는 지점이 정해져 있습니다
1. 기한은 '사망일부터'가 아니라 '안 날부터' 1개월
법 제84조제1항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 사망의 신고는 제85조에 규정한 사람이 사망의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진단서 또는 검안서를 첨부하여 하여야 한다.
출생신고가 '출생 후 1개월'인 것과 다릅니다. 사망은 신고의무자가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어 '안 날'을 기준으로 잡아 둔 것입니다. 홀로 지내던 친척이 한참 뒤에 발견됐다면, 기한은 발견된 날이 아니라 신고의무자가 사망 사실을 안 날부터 셉니다.
넘기면 법 제122조에 따라 5만원 이하의 과태료입니다. 금액은 담당자가 정하는 게 아니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별표 3]에 표로 정해져 있습니다.
| 게을리한 기간 | 과태료 |
|---|---|
| 7일 미만 | 10,000원 |
| 7일 이상 1개월 미만 | 20,000원 |
|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 30,000원 |
|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 40,000원 |
| 6개월 이상 | 50,000원 |
시·읍·면의 장은 위반의 동기와 결과를 참작해 이 금액의 2분의 1을 경감할 수 있고(규칙 제50조제6항), 이때는 사유서를 첨부합니다. 늦었더라도 신고 자체는 그대로 받아 주니, 더 미룰수록 구간만 올라갑니다.
기한이 1개월이 아닌 경우도 하나 있습니다. 사망자의 신원을 알 수 없어 경찰공무원이 검시조서를 첨부해 통보한 뒤(법 제90조제1항), 신고의무자가 신원을 알게 된 때에는 그 날부터 10일 이내입니다(같은 조 제3항).
2. 의무자는 '동거하는 친족' 한 명뿐입니다
법 제85조가 두 항으로 나뉘어 있고, 이 차이가 자주 오해됩니다.
- 제1항: 사망의 신고는 동거하는 친족이 하여야 한다. → 의무
- 제2항: 친족·동거자 또는 사망장소를 관리하는 사람, 사망장소의 동장 또는 통·이장도 신고를 할 수 있다. → 권한
즉 함께 살지 않던 자녀도 신고할 수 있고, 요양원이나 병원처럼 사망 장소를 관리하는 사람도 신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과태료의 대상이 되는 '의무'는 동거하던 친족에게 있습니다. 혼자 사시던 부모님이라면 동거 친족이 없으므로, 별거하던 자녀가 제2항으로 신고하게 됩니다.
서식 ③신고인란 자격에서 동거친족 / 비동거친족 / 동거자 / 기타(보호시설장·사망장소관리자 등) 중 하나에 영표(○)로 표시하고, 옆 관계란에 '자', '배우자'처럼 적습니다.
3. 주소지가 아니라 사망지·매장지·화장지
법 제86조입니다.
> 사망의 신고는 사망지·매장지 또는 화장지에서 할 수 있다.
장례가 여러 지역에 걸치는 경우가 많아 두어 둔 규정입니다. 돌아가신 병원이 있는 지역, 장지가 있는 지역, 화장장이 있는 지역 어디서든 됩니다. 사망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사체가 처음 발견된 곳에서, 기차 등 교통기관 안에서 사망했다면 사체를 내린 곳에서, 항해일지가 없는 선박 안이라면 그 선박이 최초로 입항한 곳에서 할 수 있습니다.
4. 사망 일시는 24시각제 — 자정 넘긴 시각이 함정입니다
서식 작성방법이 예시 두 개를 들어 둡니다.
- 오후 2시 30분 (×) → 14시 30분 (○)
- 밤 12시 30분 (×) → 다음날 0시 30분 (○)
두 번째가 특히 실수가 잦습니다. 자정을 넘긴 시각은 시각만이 아니라 날짜까지 하루 넘겨 적어야 합니다. 사망진단서의 기재와 어긋나면 보완 요청을 받습니다.
외국에서 사망한 경우에는 현지 사망시각을 서기·태양력으로 적되, 서머타임 기간이었다면 시각 옆에 '(서머타임 적용)'이라고 표시합니다.
5. 사망 장소 구분 —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다릅니다
원본에 열한 개 항목이 나열돼 있습니다. 주택 / 의료기관(병원, 요양병원 등) / 사회복지시설(요양원, 양로원, 아동양육시설, 장애인거주시설 등) / 공공시설(학교, 운동장 등) / 도로 / 상업·서비스시설(상점, 호텔 등) / 산업장 / 농장(논밭, 축사, 양식장 등) / 병원 이송 중 사망 / 기타.
헷갈리는 세 가지를 짚어 두면,
- 요양병원은 '의료기관', 요양원은 '사회복지시설'입니다. 간판에 '요양'이 들어간다고 같은 항목이 아닙니다.
- 주택은 사망자의 집뿐 아니라 부모·친척 등의 집에서 사망한 경우를 포함합니다. 어머니 댁에서 돌아가셨다면 주택입니다.
- 구급차 안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면 의료기관이 아니라 '병원 이송 중 사망'입니다.
이 항목은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와 연결되니 사망진단서의 사망 장소 기재와 맞춰 적으면 됩니다.
6. 진단서를 못 낼 때는 서면과 사유를 '둘 다'
법 제84조제3항은 부득이한 사유로 진단서나 검안서를 첨부할 수 없을 때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대체 서면을 첨부하도록 하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 이 경우 제2항의 신고서에 진단서 또는 검안서를 첨부할 수 없는 사유를 기재하여야 한다.
즉 대체 서면을 내는 것과 ②기타 사항란에 사유를 적는 것은 택일이 아니라 둘 다 해야 하는 일입니다. 사유를 빼먹어서 보류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대체 서면은 서식 첨부서류 2항에 열거돼 있습니다. 국내외 권한 있는 기관이 발행한 사망사실 증명 서면(관공서의 사망증명서나 매장인허증,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결정문, 외국 관공서 발행 서면 등), 군인이 전투 등으로 사망한 경우 부대장 명의의 전사확인서, 그리고 가족관계등록예규 제521호 별지 양식의 증명서입니다.
마지막 증명서는 증명인이 누구냐에 따라 요건이 다릅니다. 동·리·통장이면 1명의 증명으로 족하되 동·리·통장임을 증명하는 서면을 첨부하고, 인우인(이웃 사람)이면 2명 이상의 증명에 각 증명인의 인감증명서·주민등록증 사본·운전면허증 사본·여권 사본 중 1부를 함께 냅니다.
7. 사망진단서는 여러 통 받아 두세요
사망신고에 한 통이 들어가지만, 보험금 청구·금융기관 계좌 정리·유족연금 신청에서 각각 원본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원에서 처음 발급받을 때 넉넉히 받아 두면 나중에 다시 병원을 찾아가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순서를 정리하면
- 병원에서 사망진단서(시체검안서) 발급 — 여러 통
- 장례·화장 또는 매장 (사망신고와 별개 절차, 사망진단서로 처리)
- 사망신고 — 사망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 사망지·매장지·화장지 어디서든
- 같은 자리에서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 신청
- 조회 결과를 보고 상속 승인 / 한정승인 / 상속포기 판단 —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작성 → 등기·예금 정리
- 상속세 신고 —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는 어떤 서류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3번과 4번을 한 번에 묶어 두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주민센터에 가는 걸음이 한 번이면 충분하고, 그 한 번이 5번의 판단 재료를 만들어 줍니다.
서식과 원본
항목별 작성 안내와 대법원 공식 원본(HWP·PDF)은 사망신고서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어지는 절차는 상속포기심판청구서와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상속채무의 규모가 불분명하거나 이미 3개월이 지난 상황이라면, 기한 계산과 특별한정승인 가능 여부는 사안마다 달라집니다. 관할 가정법원 민원실이나 변호사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