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에 갚을게" — 그 다음 달이 없었습니다
박민수씨(38)는 10년 지기 친구 J에게 2,000만원을 빌려줬습니다. "사업 자금이 급해서 3개월만 빌려달라"는 말에, 차용증도 없이 계좌이체로 송금했습니다.
3개월이 지났습니다. 친구는 "한 달만 더"라고 했습니다. 그 한 달이 두 달이 되고, 반년이 되고, 전화를 받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소송까지 가야 하나?" — 변호사는 비쌌습니다
민수씨가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았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랬습니다.
"차용증이 없으면 증거가 약합니다. 우선 채무이행각서라도 받아두세요."이행각서? 민수씨는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이행각서 — 공식 양식은 없지만, 법정에서는 강력합니다
검색해보니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채무이행각서에는 대법원·법무부가 만든 공식 표준양식이 없습니다.민간 당사자 간 작성하는 '처분문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문서를 "채무의 존재, 금액, 변제기를 인정하는 강력한 증거"로 취급합니다.
민수씨가 친구에게 받아낸 각서의 구성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7가지
- 채권자 정보 — 성명, 주민번호, 주소, 연락처
- 채무자 정보 — 성명, 주민번호, 주소, 연락처
- 채무 종류와 금액 — "2025년 3월 15일 대여한 금 2,000만원"
- 변제 계획 — 일시불 or 분할(회차별 금액·날짜·계좌)
- 지연이자·기한이익 상실 조항 — "2회 이상 지체 시 잔액 즉시 변제"
- 불이행 시 조치 — "민사소송·강제집행 인낙"
- 작성일, 당사자 서명·날인
"네가 이걸 왜 가져와?" — 친구가 놀랐습니다
민수씨는 약속을 잡고 친구를 만났습니다. 감정적으로 다투지 않고, 미리 작성해 간 각서를 내밀었습니다.
"너 부담스럽겠지만, 이거 서명해줘. 내가 여자친구한테 결혼 자금으로 받은 돈이야. 상황이 안 되면 상황에 맞춰서 갚아도 돼. 대신 이 종이 하나는 있어야 내가 설명이 된다."
친구는 한참 각서를 읽더니 서명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미안하다.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네."결과: 각서 받은 지 3개월 만에 완제
놀랍게도 각서를 받고 나자 친구는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 1회차 (각서 작성 후 1개월): 700만원 입금
- 2회차 (2개월 뒤): 700만원 입금
- 3회차 (3개월 뒤): 600만원 입금
민수씨는 완제된 후 "채무완제 영수증"을 써서 친구에게 주었고, 각서는 본인이 보관했습니다.
공증까지 받으면 더 강합니다
민수씨처럼 각서만 받아도 효과가 있지만, 금액이 크거나 상대를 믿기 어렵다면 공증 추천합니다.
- 공증료: 공증인 수수료 규칙 제2조의 법정 수수료 — 목적가액 1천만원까지 3만3천원, 1천500만원까지 4만4천원, 그 초과액은 0.3% 가산(상한 300만원). 목적가액 산정(쌍방 촉탁 시 합산 등)과 장수·집행문 수수료에 따라 달라지니 공증사무소에 미리 물어보세요
- 효력: 공정증서에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승낙한다"는 문구가 있어야 집행권원이 됩니다(민사집행법 제56조제4호). 작성일부터 7일이 지나면 집행문을 받아 소송 없이 강제집행할 수 있습니다(공증인법 제56조의4)
- 절차: 공증사무소(공증인가 법무법인 등) 방문 → 양측 신분증 지참, 대리인이 가면 위임장·인감증명서
일반 각서는 증거력만 있지만, 강제집행 승낙 공정증서는 판결 없이 집행할 수 있는 집행권원이 됩니다. 다만 판결과 달리 기판력은 없어서, 채무자가 "이미 갚았다" 같은 사유로 청구이의의 소를 낼 수는 있습니다. 서명만 확인받는 '사서증서 인증'은 집행력이 없으니 공증사무소에서 어느 쪽인지 꼭 확인하세요.
민수씨가 알려주는 핵심 팁
- 금액은 한글+숫자 병기 — "금 일천만원(₩10,000,000)". 위변조 방지.
- 이자율은 연 20% 초과 금지 — 이자제한법 위반입니다. 초과 부분은 무효이고, 받은 초과 이자는 원금에 충당됩니다(제2조제3항·제4항).
- 주민등록번호 꼭 받으세요 — 강제집행 시 채무자 특정에 필수입니다.
- 2부 작성, 각자 1부 보관 — 채권자가 원본을 잃어버리면 낭패입니다.
- 감정적으로 쓰지 마세요 — 법정 증거로 쓰려면 객관적 사실만.
- 공증은 금액 1,000만원 넘으면 추천 — 몇 십만원 아끼려다 수백만원 소송비용이 나옵니다.
마치며
돈 빌려준 관계가 틀어지는 건 흔한 일입니다. 그때 "믿어서 차용증 안 썼어"는 변명이 아니라 책임입니다.
이행각서는 공식 양식은 없어도, 채무의 존재·금액·변제기를 채무자가 직접 인정한 처분문서라 민사에서 강한 증거가 됩니다. 채무를 승인한 것이라 소멸시효도 그때부터 새로 진행하고요(민법 제168조·제178조). 5분이면 작성할 수 있는 이 종이 한 장이, 당신의 2,000만원을 지킵니다. 상대가 각서 내용까지 다툰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없이 132)이나 변호사·법무사와 상담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