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최민수 씨(38세, 회사원)는 퇴근길 횡단보도에서 우회전 차량에 치여 전치 4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며칠 뒤 가해 운전자의 보험사가 아닌 운전자 본인에게서 직접 연락이 왔습니다. "형사처벌을 피하고 싶으니 합의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민수 씨는 합의라는 걸 처음 해봅니다. 합의금은 얼마가 적당한지, 종이에 뭐라고 써야 하는지, 도장은 언제 찍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알아보니 도장 찍는 순서를 틀리면 합의금을 못 받고도 가해자 처벌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더라고요.
합의서에 정해진 양식은 없지만, 필수 구조는 있습니다
합의서는 법으로 정해진 서식이 있는 문서는 아닙니다. 하지만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제공하는 공식 서식례가 있고, 구조는 이렇게 단순합니다.- 가해자 인적사항: 성명·주소·주민등록번호
- 피해자 인적사항: 성명·주소·주민등록번호
- 사건 표시: 어떤 사건에 대한 합의인지
- 합의 내용: 번호를 붙인 조항들
- 작성일 + 양 당사자 서명·날인
형식보다 중요한 건 조항에 무엇을 담느냐입니다.
1단계: 사건을 특정하세요
"이번 사고에 대해 합의한다"라고만 쓰면 나중에 어느 사건인지 다툼이 생깁니다. 경찰 접수가 된 사건이면 사건번호를, 아직이면 발생 일시와 장소를 적으세요.
> "2026. 6. 15.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교차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수사기관에 제출했을 때 담당 수사관이 해당 사건 기록에 바로 편철할 수 있어야 합의의 효력이 사건에 반영됩니다.
2단계: 합의금은 금액·기한·불이행 효과까지
법률구조공단 서식례가 3개 조항 구조를 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 지급 조항: 합의금 얼마를 언제까지 지급한다 (+ 미지급 시 지연손해금)
- 처벌불원 조항: 피해자는 합의금을 지급받는 즉시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 취소 조항: 가해자가 이행하지 않으면 피해자는 합의를 취소할 수 있다
특히 2번 조항의 "지급받는 즉시"라는 조건이 핵심입니다. 조건 없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라고만 쓰면, 돈을 못 받았는데 처벌불원 의사만 먼저 효력이 생기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3단계: 입금 확인 전에는 고소를 취하하지 마세요
형사소송법 제232조에 따라 한 번 취소한 고소는 다시 할 수 없습니다. 합의서에 도장을 찍는 것과 고소취하서를 내는 것은 별개의 행위입니다. 순서는 반드시 이렇게 지키세요.
- 합의서 작성 (지급 조건 명시)
- 합의금 입금 확인
- 그 다음에 고소취하서 제출
가해자 측이 "합의서와 고소취하서를 같이 써달라"고 요구해도, 취하서는 입금 확인 후에 제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4단계: 제출 기한을 확인하세요
폭행·협박·명예훼손 같은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사건이 종결되는데, 이 의사표시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효력이 있습니다. 재판이 이미 진행 중이라면 선고기일 전에 재판부에 제출해야 하고, 수사 단계라면 담당 경찰서나 검찰청에 내면 됩니다.
5단계: 인감도장이면 더 좋습니다
서명이나 막도장도 합의 자체는 유효하지만, 나중에 "내가 쓴 게 아니다"라는 다툼을 막으려면 인감도장을 찍고 인감증명서를 한 장 첨부하는 것이 실무 관행입니다. 합의서는 2통을 작성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각각 1통씩 보관하세요.
민수 씨는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민수 씨는 합의금 500만 원을 7월 31일까지 지급받는 조건으로 합의서를 작성했고, 입금을 확인한 다음 날 경찰서에 합의서 사본과 함께 처벌불원 의사를 제출했습니다. 서류 두 장 순서만 지켰을 뿐인데, 돈 문제와 처벌 문제가 깔끔하게 정리됐습니다.
합의서 양식은 서류뚝딱 합의서 페이지에서 항목별 가이드를 보며 바로 작성하고 PDF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각 칸의 물음표를 누르면 작성 예시와 주의사항이 나오니, 처음이라도 10분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