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잖아, 무슨 차용증이야"라고 했던 1년 전의 나에게
박대주 씨(34세, 회사원)는 1년 전, 대학 동창 김차주 씨에게 2,000만원을 빌려줬습니다. 김차주 씨가 카페 창업 자금이 부족하다며 "6개월만 빌려달라, 이자도 잘 쳐서 갚을게"라고 부탁했거든요.
대주 씨는 망설였지만 20년 친구라는 신뢰로 입금했습니다. 그때 차주 씨는 이렇게 말했어요.
> "야, 친구잖아. 무슨 차용증이야. 부담스럽게."
대주 씨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카톡으로 "2,000만원 보냈어"라고 한 마디 남기고, 계좌이체 내역만 캡처해뒀어요.
6개월 뒤. 차주 씨의 카페가 생각보다 안 됐습니다. 갚겠다던 날짜가 지나도 연락이 뜸해졌고, 1년이 지난 시점엔 카톡도 잘 안 읽혔습니다.대주 씨는 결국 변호사 상담을 받았습니다. 변호사는 첫마디로 이렇게 물었어요.
> "차용증 있으세요?"
카톡과 계좌이체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대주 씨가 가진 증거는 계좌이체 내역과 "2,000만원 보냈어"라는 카톡 한 줄이었습니다.
문제는 차주 씨가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그 돈은 빌린 게 아니라, 같이 카페 창업 투자한 거다"
- "받긴 받았는데 갚을 의무는 없는 증여였다"
- "이자 약속은 한 적 없다"
법원에서 이런 분쟁이 벌어지면, 돈을 빌려준 사실은 채권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계좌이체 내역만으로는 "빌려준 것"인지 "준 것"인지 "투자한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차용증은 바로 이 입증 부담을 해결해주는 문서예요. 한 장으로 다음 모든 게 명확해집니다.- 빌려준 사실과 금액
- 변제기일 (언제까지 갚을지)
- 이자율 (얼마를 더해서)
- 연체 시 지연이자율
- 연대보증인 (있다면)
차용증, 이렇게 쓰면 효력이 분명합니다
1. 한글과 숫자를 반드시 병기하세요
```
대여 원금: 금 이천만원정 (₩20,000,000)
```
이렇게 한글과 숫자를 함께 적습니다. 위·변조를 막기 위한 형식이에요. 어음·수표는 글자 금액이 우선한다는 규정이 있지만(어음법 제6조), 차용증에는 그런 규정이 없어 두 금액이 다르면 어느 쪽이 진짜 합의였는지 다툼이 됩니다. 반드시 일치시키세요.
2. 이자율은 연 20%를 넘으면 안 됩니다
> 이자제한법 제2조 ①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은 연 25퍼센트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법은 상한을 25%로 두고 구체적인 한도는 대통령령에 맡겼는데, 「이자제한법 제2조제1항의 최고이자율에 관한 규정」이 2021년 7월 7일부터 연 20%로 정하고 있습니다.
연 20%를 초과하는 이자 약정은 초과 부분이 무효이고(제2조제3항), 이미 받은 초과 이자는 원금에 충당되며 원금까지 다 갚아졌다면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2조제4항). 초과 이자를 받은 쪽은 형사처벌 대상이기도 합니다(제8조).
지연이자율(연체이자)은 보통 약정이자율보다 높게 정하는데, 이것도 연 20% 안에서 정하는 게 안전합니다. 부당하게 높으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거든요(제6조). 지연이자를 따로 안 정했다면 약정이자율로, 약정이자도 없다면 법정이율 연 5%로 계산합니다(민법 제397조·제379조).
3. 변제기일은 "연·월·일"로 정확히
```
변제기일: 2026년 12월 31일
```
이런 식으로 명확히 적습니다. 기한을 정하지 않으면 빌려준 사람이 상당한 기간을 정해 반환을 최고해야 하고(민법 제603조제2항), 그 기간이 지나야 지체 책임을 물을 수 있어요. 분쟁 방지를 위해 반드시 날짜를 명시하세요.
4. 변제 방법과 계좌도 함께
```
변제 방법: 변제기일에 일시불로 아래 계좌에 입금한다.
- 국민은행 123-45-678901 박대주
분할 변제라면 회차별 금액과 날짜를 모두 적으세요. 그리고 한 회차라도 연체되면 잔액 전액을 즉시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이익 상실 조항'을 함께 기재하면 유리합니다.
공증을 받으면 뭐가 다른가요?
차용증을 작성·교부하는 것만으로는 강제집행을 바로 할 수 없습니다. 차주가 안 갚을 경우 별도로 지급명령이나 민사소송을 거쳐야 강제집행 권원(집행권원)을 얻을 수 있어요. 상대가 다투면 몇 달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이걸 단축하는 게 공증입니다. 단, 집행력이 생기는 건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에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승낙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경우뿐이에요(민사집행법 제56조제4호). 차용증에 서명만 확인받는 '사서증서 인증'은 증거력만 높아질 뿐 집행력은 없습니다.
| 항목 | 일반 차용증 | 강제집행 승낙 공정증서 |
|---|---|---|
| 작성 | 양 당사자 서명·날인 | + 공증사무소 방문 |
| 비용 | 0원 | 법정 수수료: 1천만원까지 3만3천원, 1천500만원까지 4만4천원, 초과액 0.3% 가산(상한 300만원) — 공증인 수수료 규칙 제2조 |
| 안 갚으면 | 지급명령·소송으로 집행권원부터 확보 | 작성일부터 7일 지나면 집행문 받아 강제집행(공증인법 제56조의4) |
| 출석 | 자유 | 당사자 본인 또는 대리인(위임장·인감증명서) |
대주 씨는 그래서 공증을 받지 않은 게 가장 후회됐다고 합니다. 공증을 받았다면 굳이 1년 동안 마음 졸이며 카톡 답장 기다릴 일도 없었으니까요.
개인 간 차용증에 인지는 안 붙여도 됩니다
"5,000만원 넘으면 인지를 붙여야 한다"는 말이 많이 돌지만, 개인끼리 쓰는 차용증은 금액과 관계없이 인지세 대상이 아닙니다. 인지세법 제3조제1항제2호가 과세하는 것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보험기관과의 금전소비대차에 관한 증서"뿐이고, 그마저 5천만원 이하는 비과세예요(제6조제8호).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쓰는 약정서가 여기에 해당하고, 그때는 금융기관이 안내합니다.
연대보증인을 세울 때 주의할 점
차주의 상환 능력이 의심스러우면 연대보증인을 세우는 게 안전합니다. 단, 보증은 형식을 갖춰야 효력이 생겨요.
-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 — 말로만 한 보증이나 문자·메신저 같은 전자적 형태의 보증은 효력이 없습니다(민법 제428조의2제1항).
- 대가 없이 호의로 서는 보증이라면 보증채무 최고액을 서면에 적어야 합니다(「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4조). 보증기간을 안 정하면 3년으로 봅니다(같은 법 제7조제1항).
- 보증인의 인적사항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연락처)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은 호의로 선 보증 때문에 보증인이 큰 피해를 입는 일을 막으려고 만든 법이라, 최고액·기간 같은 요건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1년 뒤, 대주 씨의 결말
대주 씨는 결국 변호사를 통해 지급명령을 신청했습니다. 차주 씨가 지급명령을 송달받고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지급명령이 확정됐고(민사소송법 제470조·제474조), 그 후 차주 씨의 급여 통장에 압류 추심을 걸었어요.
원금 2,000만원은 약 14개월 뒤에 회수했습니다. 다만 변호사 비용·법원 비용 약 250만원이 들었고, 이자도 거의 못 받았어요. 차용증이 없어서 약정이자가 입증이 안 됐거든요.
대주 씨는 그 이후로 돈 거래는 무조건 차용증, 큰 금액은 공증까지 받는 걸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한 장으로 정리
- 친구·가족 사이라도 차용증은 반드시 작성하세요
- 한글과 숫자 병기, 이자율 연 20% 이내, 변제기일 명확히
- 강제집행을 빨리 하려면 강제집행 승낙 문구가 들어간 공정증서를 받으세요
- 개인 간 차용증은 인지 부착 대상이 아닙니다
- 연대보증인은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이 필수
법은 친구라고 봐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친구한테 빌려줄 때일수록 차용증이 더 필요한 거예요. 금액이 크거나 보증·담보가 얽혀 있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없이 132)이나 변호사·법무사와 한 번 상담해 보시길 권합니다.